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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IPE FOR MODERN CLASSIC

happy prince 2013. 8. 12. 09:48

 

RECIPE FOR MODERN CLASSIC

 

밀라노, 파리의 주거 공간들처럼 현대의 삶이 배어나는 클래식 스타일을 실현하고 싶었다는 디자이너 양태오. 큰 구조 공사 없이 가구와 벽지, 몰딩의 선택만으로 럭셔리와 우아함이 공존하는 모던 클래식 공간을 완성시켰다.

가벼운 홈드레싱으로 반전 디자인을 시도하다

 

취향을 공유하는 클라이언트와의 작업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청담동의 신축 90평 빌라로 이사를 가게 된 김성진, 이미라 씨 부부는 평소 잡지를 즐겨 보고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덕분에 이번 이사를 앞두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좋아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에게 디자인을 의뢰하게 되었다 한다. 그리고 자신의 취향에 백 퍼센트 공감하는 고마운 클라이언트를 만난 디자이너는 부부를 보는 순간 디자인의 방향성과 콘셉트를 곧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맨 처음 만나는 복도의 정면 모습. 베르사유 궁전 내에 제프 쿤스가 작품을 전시했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것으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프레임 없는 아크릴 액자를 이용했다.

바닥에 디스플레이한 도자기들은 양태오 디자이너가 디자인하고 판매하는'TEO Home'의 제품들.

집 안의 작품들은 모두 디자이너의 안목으로 제안됐다. 다이닝 룸에는 클래식한 바탕에 컨템퍼러리한 작품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덕분에 무스타파 훌리시의 작품이 선택될 수 있었다.

기하학적 패턴이 공간에 경쾌함을 더하는 작품이어서 가장 많이 쓰는 다이닝 룸임에도 집주인은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 한다 이야기했다.

"남편 성진 씨가 미니멀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전적 라인이 가미된 양복을 입고 있었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클래식 디자인에 대한 로망이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는데, 파리나 밀라노 같은 외국의 집들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부분에 공감하게 되었죠."

하지만 새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대대적인 공사를 하는 것은 사실 부담스러웠던 상황. 게다가 이 집은 부부가 전세로 거주하는 공간이었던지라 길어야 4~5년 정도만 머물 게 자명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집의 기본 자재가 모던 클래식 스타일을 구현하기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는 점이다. "거실의 경우 바닥과 벽이 모두 대리석으로 마감이 되었는데, 베이지 컬러인 데다가 돌의 패턴이 살아 있었어요.

이렇게 콘셉트와 매치할 수 있는 공간은 그대로 살리되, 가구와 커튼처럼 나중에도 활용 가능한 부분들은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특히 다이닝 룸은 이 집 인테리어의 정체성이 제대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한 코너 정도는 전형적인 모던 클래식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던 디자이너는 벽면에 몰딩 공사를 하고 그에 어울리는 클래식 프레임의 거울을 디자인해 제작했다. 이렇게 포인트를 주는 합리적인 투자만으로 집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인상적인 코너가 탄생할 수 있었다.

모던 클래식을 집 안에서 실현하는 현실적인 노하우를 보여주는 공간. 목공 공사가 전혀 없는 집에서 이 공간만은 몰딩 공사를 하고, 같은 굵기의 몰딩으로 거울을 제작해서 걸었다.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가구 디자인

 

"이 집에는 가구 디자인과 배치에도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원하는 디자인을 얻기 위해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는데요,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이다 보니 패브릭으로 오토만 스타일의 커피 테이블을 제작하는 등 안정성에도 신경을 썼죠."

특히 거실에는 타조 가죽 소재의 1인용 암체어를 제작한 뒤 그 뒤편으로 데스크를 배치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 스칸디나비안풍 디자인의 데스크 또한 주문 제작한 것으로, 사업가 남편이 종종 가족이 잠든 후에도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만든 코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제작 가구들 중에서도 정작 에디터의 눈길을 끄는 것이 따로 있었으니, 바로 아이들 방의 침대 디자인이었다! 여섯 살 딸과 네 살 아들의 방에 놓인 침대는 모두 디자이너가 만들어준 것인데, 마치 유럽 어느 고성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 것처럼 클래식하고 멋스러웠다.

"보통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 어른들의 공간을 멋있게 만드는 것에 먼저 신경을 쓰곤 하는데요. 저는 아이들 방이야말로 가장 디자인적이어야 하고, 가구나 패브릭의 소재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침대의 경우에도 헤드뿐 아니라 세이프가드까지 직접 만들어줬고, 패브릭은 최상급으로 선택해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했지요." 그리고 이 집이 모던 클래식 하우스로 완성될 수 있었던 데는 또 하나 비밀이 숨어 있었다.

공간마다 멋진 사진들이 걸려 있었는데, 그것이 모두 유럽의 오래된 건축물을 찍은 사진이라는 점이었다. 현관 입구에서 만나는 풍경부터가 베르사유 궁전에 제프 쿤스의 작품이 전시되었던 모습이고, 안방에는 파리 방돔 광장을 찍은 사진을 파노라마식으로 펼쳐서 걸어두기도 했다.

덕분에 공간마다 클래식에 대한 오마주가 자연스레 스며 있는 느낌이랄까. 사진은 모두 디자이너가 유럽을 여행할 때 찍었던 것들로, 집주인 부부의 추억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 공간에 맞는 이미지를 함께 고민했다고 한다.

처음 클라이언트에게서 영감을 받았던 모던 클래식의 이미지가 공간 디자인을 거쳐 결국 추억을 공감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가족은 자신들을 둘러싼 연결점들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니, 결국 '좋은 인테리어는 총체적 삶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라는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다.

드레스 룸에서 거실 쪽을 바라본 모습. 드레스 룸 양쪽에는 딸과 아들 방이 배치되어 있다. 전면의 아크릴화에 인형을 붙인 작품은 아이들을 위해 구입한 강석현 작가의 작품.

 

1. 1인용 암체어 뒤로 데스크를 배치한 구성. 콤팩트한 공간 속에 여러 기능을 담아 효율적이다.

2. 거실의 데스크 또한 디자이너가 주문 제작한 것. 전형적인 북유럽 스타일의 데스크로 거실과 다이닝 공간을 분리하는 경계선이 되기도 한다.

 

거실은 가족 모두가 아늑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넓은 공간임에도 큰 소파를 놓지 않고 일부러 1인용 암체어와 2인용 소파, 라운지 체어를 입체적으로 배치했다.

국내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레이아웃이지만, 실제 가족 구성원이 많을 때는 훨씬 유용하다고 말한다. 가구의 소재를 타조 가죽, 패브릭 등으로 믹스한 것도 의도된 계산의 결과였다고.

돌의 질감이 살아 있는 대리석 벽 앞에 와일드 내추럴풍의 나무 조명을 두었다. 클래식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편안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모던한 호텔 콘셉트를 선택한 안방 침실의 모습. 침대 헤드 위로 파리 방돔 광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침실에서도 또 하나의 독립된 라이프가 가능하다. 침대 앞에 부부만을 위한 티타임 코너를 구성한 것 또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이 집은 현관으로 들어선 뒤 복도를 따라 왼쪽은 거실과 다이닝 룸, 오른쪽은 드레스 룸과 아이들 방이 배치되어 있는 구조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드레스 룸이 수납 기능이 있을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작은 거실처럼 활용되기를 바랐다. 특히 드레스 룸이 아이들 방 사이에 위치하는 점을 고려해 낮은 가구들을 배치했고, 수납장 가운데는 아이들이 책을 읽는 벤치도 디자인해 주었다.

핑크 컬러를 무척 좋아하는 딸을 위해 벽지부터 침대까지 메인 컬러로 핑크를 선택했다. 베이지와 핑크의 적절한 조화로 인해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아들의 방에는 별 모양의 벽지를 시공하고 배나 트렁크 같은 여행 소품을 더했다. 모험가의 방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데, 그 덕분인지 아이가 방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