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獨逸)이 통일(統一)된 1990년 가을에 잠시 머물렀던 독일 남부 바이에른(Bayern) 주의
주도(州都) 뮌헨(Muenchen Munich)에서 있었던 일이다.
초청사(招請社)인 M.A.N.(Maschinenfabrik Augsburg-Nürnberg AG) 중역(重役)의 안내로
천 명도 더 수용할 수 있다는 대형 비어가르텐(biergarten)에 앉아 악단(樂團)의 연주(演奏)를
편안하게 들으며 독일의 맥주(麥酒) 맛을 즐기고 있었을 때인데, 왁자지껄하며 들이 닥친
왜인(倭人) 관광객들을 위하여 독일 민요(民謠)를 연주하던 악단장(樂團長)은 기민하게
왜(倭)의 국가인 ‘기미가요(きみがよ)’를 연주하기 시작(始作)했다.
술이 확 깨어 자리에서 일어나 악단장에게 다가가 우리나라의 ‘애국가’ 나 ‘아리랑’을 아느냐고
물으니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국력(國力)의 차이(差異)를 뼈 저리게 맛 보는 순간(瞬間)이었다.
그냥 돌아서기에는 왠지 뒤통수가 근지러워서 그럼 요한 슈트라우스 1세 (Johann Strauß I 1804 ~ 1849)의
‘라데츠키 행진곡(Radetzky march)’은 어떠냐고 부탁하니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경쾌(輕快)한 연주가 시작되었다.
왜(倭)나 독일은 똑같이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함께 패망(敗亡)의 길을 걸었다가 재건(再建)된
나라들인데,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저력(底力)이 있는 나라 독일 뮌헨에서 왜인 관광객을 위하여
‘기미가요’를 연주하는 대형 비어가르텐의 악단장이 밉상스러워 얼른 생각해낸 것이 꿩 대신 닭이라고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작곡한 ‘라데츠키 행진곡’이었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이후부터 ‘라데츠키 행진곡’은 내가 즐겨 듣는 곡으로 확실(確實)하게 자리 매김 하게 되었는데
해마다 신년(新年) 초(初)에 전 세계로 울려 퍼지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Neujahrskonzert der Wiener Philharmoniker)의 단골 메뉴인 ‘라데츠키 행진곡’을 들어야 진정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에 이르렀다.
요제프 라데츠키(Joseph Radetzky 1766 ~ 1858)는 나폴레온과 싸웠던 오스트리아의 전형적(典型的)인
군인으로 북부 이탈리아의 민족주의 운동을 철권(鐵拳)으로 억압(抑壓)한 보수적 인물로 비판(批判) 받기도
했으나 그를 존경(尊敬)한 보수주의자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작곡하여 그에게
헌정(獻呈)했고, 자유주의자로 아들인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ß II 1825 ~ 1899)는
아버지와는 달리 라데츠키에게 비판적이었으나 정작 아버지의 반대를 무릎 쓰고 음악가로 데뷔(Début)할 때
처음 연주한 곡이 아버지의 곡인 ‘라데츠키 행진곡’이었다.
빈 신년음악회(빈 新年音樂會, Neujahrskonzert in Wien, New Year's Concert in Vienna)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관현악단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Wien Philharmoniker)가 매년 12월 31일과 1월 1일 정오에
빈 음악협회 대강당(大講堂)에서 개최(開催)하는 음악회(音樂會)로, 정식 명칭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Neujahrskonzert der Wiener Philharmoniker)이다. 전통적(傳統的)으로 빠른 폴카(polka)나
갈롭(gallop) 등의 춤곡, 요한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와 요한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이
연주되는데, 빌리 보스코프스키 (Willi Boskovsky 1909 ~ 1991)재임 기간에 전통으로 정립(定立)되기 시작해
거의 모든 지휘자들이 이에 따르고 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Blue Danube)' 연주 직전에는 지휘자와 빈 필 단원(團員)들이 청중들에게 새해 인사를
한 뒤 연주를 시작하며, '라데츠키 행진곡(Radetzky March)' 의 경우에는 청중(聽衆)들이 박자(拍子)에 맞추어
박수(拍手)를 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지막 행진곡의 연주 때에는 지휘자(指揮者)들도 관현악단(管絃樂團)이 아닌 청중들을 바라보며 지휘(指揮)
하는 것이 관습(慣習)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3년 1월 1일 아침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 울려 퍼진 신년음악회가 전세계 73개국 2억 명(2012년 기준)의
가슴에 새 날의 환희와 희망의 불꽃을 지폈다.
이번에도 단골 레퍼토리(repertory)인 'Blue Danube'와 'Radetzky March'를 어김없이 들을 수 있었다.
현재 미국의 Cleveland Orchestra와 Vienna State Opera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올해의 지휘자는
오스트리아 출신 프란즈 벨저-뫼스트(Franz Welser-Möst, 1960 ~ )이며 2011년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영예(榮譽)다.
1939년에 출범하여 70여 년을 이어 온 비엔나 신년음악회는 오랫동안 자국 출신의 요한 슈트라우스가(家)의 곡을 위주로 연주했으나, 점차 그 장벽(障壁)을 헐고 다른 나라 작곡가의 곡도 연주하기 시작했다.
2013년의 프로그램에는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 1813 ~ 1883),
이탈리아의 베르디(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 1813 ~ 1901),
오스트리아의 주페(Franze von Suppe 1819 ~ 1895) 등의 이름이 나와 있음을 볼 수 있다.
2013년 콘서트가 열리기 전부터 다음해는 누가 지휘봉(指揮棒)을 잡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4년에는 2009년의 지휘자였던 아르헨티나(Argentina) 태생(胎生)의 유태인(猶太人)인 다니엘 바렌보임
(Daniel Barenboim 1942 ~ )으로 결정되었음이 알려지면서 티켓이 금방 매진(賣盡)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記 於 富川 松內 淸汀>
<흐르는 곡 : > 푸른 옷소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