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prince [행복왕자]

등 대 꽃 (1) 밤바람을 먹고 자라는 총상화서 밤바다를 먹고 사는 총상꽃차례 벌 나비 부르지 못해도 그리움 흔들어 깨우며 사는 밤을 품고 바다를 품고 분홍 빛살로 일어서는 꽃 태풍도 비바람에도 잘 견뎌내는 등대 불빛 닮은 분홍 빛살꽃.

박쥐나무 꽃 나뭇잎 그늘 아래 태양을 등지고 하심(下心)을 기르기 위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어느덧 물구나무를 섭니다 나뭇잎이 박쥐같다고 꽃술이 박쥐처럼 매달려 있다고 팔각풍(八角楓)이니 남방잎이니 분별의 눈으로 떠들어 대지만 이름은 다만 이름일 뿐인 것을.

물 양귀비 진흙뻘 시궁창에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뒹굴어도 조금도 때묻지 않는 천진무구(天眞無垢) 보일듯 말듯 소리없이 지어내는 노오란 미소 햇살받아 더 깨끗해 가까이 다가갔는데 뽀송뽀송 윤기 자르르 저 소슬한 표정은 어디서 오는가.

글로리오사 (2) 제 흥에 겨워 제 멋대로 피었다가 제멋대로 화들화들 지는 꽃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피었다가 변함없는 몸가짐으로 두고두고 지지 않는 꽃 봄이 가도 가을이 와도 떠날 줄 모르는 꽃 비에 젖지 않아도 돌돌말이처럼 또르르 말리는 꽃.

옛 추억》

글로리오사 (1) 보면 볼수록 신기한 것은 내가 아니라 당신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꽃이 없다고 흔들리지 않으면 꽃이 아니라고 시끌시끌 봄바람처럼 떠들어대지만 정녕 가는 바람에도 곧잘 흔들리는 것은 화사한 봄꽃이 아니라 꽃꺾기를 좋아하는 당신의 마음입니다.

털 이 슬 내 마음을 내가 꼭 붙잡고 있듯이 풀잎은 이슬을 꼭 붙잡고 있습니다 이슬은 풀잎에 맺혀 있는 것이 아니라 풀잎이 이슬을 온힘을 다해 붙잡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찾아와 이슬을 데려 갈 때까지.

찔 레 꽃 화려함보다 순수하게 순수함보다 진실하게 꾸밈없이 살고 싶다고 굳은 맹세처럼 그렇게 살아왔네 어느날부터 새로운 삶을 살아왔다고 어느날부터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고 하늘 높고 푸르른 새로운 날을 택해 나들이 하듯 여기저기 죽순처럼 일어나 무언(無言)으로 하얗게하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