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prince [행복왕자]

붓 꽃 남들은 아침에 일어나 밤이 되면 잠자리에 드는데 너만은 오직 해질녘에 일어나 해뜰녘에 잠자리에 뜨는구나 아무려면 어떠랴 아무 탈없이 잘 지내면 그만이지 편히 살고 곱게 웃으면 그만이지 모든 꽃들이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하지만 너만은 오직 슬픈 사랑을 노래하는구나 너..

모 과 꽃 (1) 그다지 기억되지 않는 꽃 모과모과 못생긴 모과 내 모습이 못났다고 울상들이지만 애초부터 생긴 그대로 입니다 백가지 이익 단 한가지 단점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알게 된 사실이며 진실입니다 꽃은 그냥 피는 게 아닙니다 겉보다 속마음을 볼 줄 아는 꽃처럼 곱고 아름다운 ..

수레국화 꽃은 모두 아름답습니다 파아란 하늘 닮은 순수의 꽃 순결의 꽃 해맑은 미소 닮은 부끄러워 간지럼 타는 꽃 농익어 요염한 꽃 외롭고 쓸쓸한 곳이 피어나는 옛사랑이 생각나는 꽃 고향이 그리워지는 이름만 들어도 즐거운 꽃 +

금꿩의 다리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 그 멋진 마음으로 푸른 숲을 훨훨 나는 숲속의 꿩이 되고 싶었던가 처음에는 모두가 꽃잎인 줄 알았네 때로는 꽃잎보다 더 아름다운 꽃받침 숲속의 장끼가 어찌 너만큼 곱고 화려할 수 있으랴.

분홍달개비 꽃 당신에 대한 내 그리움을 당신은 잘 모르십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꽃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당신을 향하는 이 그리움을 아직도 당신은 모르십니다 꽃이 피는 것은 그리움을 삭혀내라는 뜻이지만 꽃을 바라볼 때마다 당신이 더욱 더 그리워집니다.

자주달개비 꽃 짧은 즐거움의 꽃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꽃 이슬에, 안개에 젖어 피는 꽃 바람에 흔들리면서 피는 꽃 수줍음을 많이 타는 꽃 강한 것을 거부하는 꽃 연하지도 진하지도 않은 꽃 청초한 꽃 앙증맞은 꽃 아침에 피었다 한낮에 지는 꽃 이슬방을처럼 사르르 사라지는 꽃.

꿀 풀 꽃 봄동산에 깊이 들어갈수록 여기저기 옛추억이 지천으로 일어나 풀물든 어린 시절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풀방망이 꿀풀꽃대 마이크를 만들어 지루한 교장선생님 흉내 한창일 때 밤낮없이 꽃으로 곱게 타오르는 작은 꽃들이 햇불을 들고 보랏빛 향기를 바람에 날립니다. 벌집처..

오동나무 봄이 무르익는 소리에 실바람 타고 살랑살랑 실려오는 향기 그대를 마주하면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습니다 딸자식과 함께 쑤욱쑤욱 자라나 소중한 혼수감으로 장롱 한 채가 지어집니다. 거문고 가야금 장구소리도 곱지만 하늘하늘 그대 춤사위가 더 좋습니다.

박태기 나무 (2) 밥풀대기면 어떻고 밥풀티기면 어떤가 꽃이 너무 곱고 화려해서 먹성 좋은 직박구리도 꽃만 바라보다가 간다네 밥풀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웬 나무에 밥이 열렸다고 벌 나비 함께 날아와 밥보다 더 좋은 꿀만 먹고 간다네 밥꽃이 지고나면 심장같은 잎이 돋는 꽃.

박태기 나무 (1) 꽃은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말하지 않고도 우리에게 많은 말을 던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은 말없는 말입니다 꽃의 언어는 침묵입니다 유다의 나무가 꽃을 피웠습니다 말없는 침묵의 꽃 몇 푼의 돈에 팔려 넘어간 배신자에게 던지는 침묵의 꽃을.